본문 바로가기
Current Affairs/World & National Security

기억의 전쟁: 러시아가 말하는 역사 왜곡과 세계질서의 균열

by Magickian 2025. 5. 11.
반응형

“전쟁은 총칼로만 벌어지지 않는다.
그보다 먼저 벌어지는 것은 기억을 둘러싼 싸움이다.”
– Victory Day 연설 中

 

2025년 5월, 러시아 관영매체 RT는 연달아 두 편의 역사 칼럼을 공개습니다.
표도르 루캬노프(Fyodor Lukyanov)의 「The West is dismantling the foundations of 1945」와 Andrey Kortunov의 「Western memory of WWII is basically fan fiction」.

두 글은 단순한 역사적 반론이 아닙니다.
러시아가 세계를 바라보는 틀, 서방과의 인식 충돌, 그리고 지정학적 서사의 전환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.
본 포스팅에서는 RT 기사를 통해 드러난 러시아의 ‘기억 전쟁 전략’을 알아보겠습니다.

 

베를린 공방전 후 국가의회의사당에 소비에트 연방기를 게양하는 소비에트 연방군

 

🧠 기억의 서사: 누가 2차 세계대전을 정의하는가?

 

RT의 두 칼럼은 공통적으로 서방이 역사적 진실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습니다.

  • 서방은 소련의 공헌을 지우고, 나치와 동일시하려 한다.
  • 동유럽은 ‘두 전체주의론’(나치=소련)을 퍼뜨리며 전후 국제질서의 도덕 기반을 허물고 있다.
  • 미국 중심의 전쟁 영웅담은 현실과 동떨어진 ‘팬픽션’이다.

러시아는 2차 대전을 ‘절대악에 맞선 승리’로 간주하며, 그 도덕성과 희생을 세계 질서의 기초로 삼고 있습니다.

따라서 서방의 역사 재해석은 단순한 학술 논쟁이 아닌, 러시아 존재의 정당성에 대한 부정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.


⚖️ ‘두 전체주의론’과 러시아의 반격

폴란드, 리투아니아, 체코 등 동유럽 국가들은 공산주의와 나치즘을 모두 전체주의 범죄로 규정하는 시각을 확대했습니다.

유럽의회도 이 시각을 공식화했습니다.

하지만 러시아는 이에 대해 단호합니다.

“소련은 해방자였고, 나치와 동급이 될 수 없다.
두 전체주의론은 전후 세계질서의 도덕성을 파괴한다.”

 

이 갈등은 단순한 해석 차이를 넘어, 외교 단절, 역사 교육 갈등, 유엔 체제 정당성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.


🌏 제3세계와의 전략적 연대: 서구 중심 역사관의 대항축

러시아는 아시아·아프리카·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역사 인식을 교묘히 흡수합니다.

  • 이들 지역에서는 2차 대전이 식민 모순과 독립 투쟁의 역사로 기억된다.
  • 서방이 주장하는 ‘민주주의 vs 파시즘’ 구도는 그다지 설득력 없다.

RT 칼럼은 이 점을 강조하며, 서방 중심의 역사관에 염증을 느끼는 글로벌 사우스를 우군으로 삼고자 합니다.

이는 국제사회의 ‘비동맹축’, ‘브릭스’, ‘다극체제 담론’과 연결되며, 러시아는 이 틈새를 활용해 신냉전 구도에서 서방 견제를 위한 외교적 기반을 넓히고 있습니다.


🧨 역사 해석은 무기다

RT가 발신하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:

  • “역사를 지우면 평화도 사라진다.”
  • “전후 세계질서의 기초는 소련의 희생이며, 이를 부정하는 자가 바로 국제질서 파괴자다.”

이는 단지 과거를 둘러싼 논쟁이 아니라, 현재의 국제질서 재편, 외교 노선, 미디어 전쟁까지 포괄하는 서사 전략입니다,


🔍 결론: 총성이 멈춘 자리에서, 기억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

러시아는 과거를 ‘선점’함으로써 미래를 ‘설계’하려 합니다.
그리고 그 전장이 바로 기억과 역사입니다.

서방은 과거를 성찰로 삼고자 하지만,러시아는 과거를 정당성의 무기로 만들고 있습니다.

국제정치가 점점 더 서사와 프레임의 전쟁으로 이동하는 지금, 이 ‘기억의 전쟁’을 읽는 것은 단순한 역사 공부가 아닐 것입니다.
그것은 우리가 어떤 세계에 살고 있는지를 자각하는 정치적 행위일 것입니다.

반응형

댓글